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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의 역사 - 중세의 음악5

2008.04.05 21:23

김동현 조회 수:2694

아르스 노바 (Ars nova)

13세기 말의 유럽은 혼란스러웠습니다. 교황의 권위가 약해져 교황이 프랑스 아비뇽으로 쫓겨나기도 했고(1309-1377, 아비뇽 유수(幽囚)), 교회의 대분열(1378-1417)로 인해 여러 교황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교황권이 쇠퇴하면서 유럽의 여러 왕실은 교황 대신 권력을 잡기 위해 서로 싸우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백년전쟁(1339-1453)이었습니다. 전쟁에다가 페스트라는 전염병까지 번져서, 농민들은 반란을 일으키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의 음악은 이러한 사회의 혼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미 1200년대 말에 교회가 교회에 소속된 사람들조차 통솔할 수 없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죠. 왜냐하면 성직자들이 특권을 남용하거나 서약을 이행하지 않는 등 속세의 사람들보다 저열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음악가들은 교회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었지만, 성직자로서의 의무보다는 세속 사회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교회보다는 세속의 궁정에 고용되어 새로운 음악의 길을 모색했습니다.

이 시기의 음악적 변화에 대해서는 필립 드 비트리(1291-1361)의 논문 『아르스 노바(Ars nova, 새로운 예술)』에 가장 잘 나타나 있습니다. 비트리는 프랑스 왕실의 성직자였고 이 논문은 1320년경에 쓰여졌죠.

'아르스 노바'라는 명칭은 음악적 기법의 측면뿐만 아니라 미학과 사회 전반에 걸쳐 13세기에는 없던 새로운 예술이 꽃핀 14세기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비트리의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박자와 2박자를 동등한 입장에 놓았다는 점입니다. 13세기까지 3박자는 삼위일체의 완벽함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2박자는 그에 비해 불완전한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비트리는 이것이 그저 2박자, 3박자일 뿐이지 신학적, 철학적 함의 따위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14세기 신음악의 움직임인 아르스 노바의 새로운 장르는 아이소 리드믹 모테트를 비롯해 구조적으로 확대됩니다. 아이소 리드믹 모테트는 이 시대 특유의 보다 복잡한 기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가사가 종교적이건 세속적이건 상관 없이 당시 예술적 표현의 중심이었습니다. 한편 종교 분야에서는 미사 통상문을 사용한 다성악곡이 탐구되기도 하였습니다.

14세기 세속음악의 형식이 체계화를 거치면서 발라드(Ballade), 론도(Rondeau), 비르레(Virelai) 등 대표적인 틀을 낳았습니다. 세속음악 장르에 두각을 나타냈던 기욤므 드 마쇼(1300?-1377?)라고 하는 작곡가는 종교음악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미사곡의 평상미사 항목을 한 데 묶어냈습니다. 이것은 후대 작곡가들이 미사곡을 작곡할 때 따르게 되는 모델이 되지요.

마쇼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성직자가 되었는데, 당시 성직자들이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왕의 비서로서 평생을 보냈습니다. 그는 작곡가뿐만 아니라 시인으로도 이름이 높았으며 대개 세속적인 내용의 시를 썼습니다.

그의 작품 중 많은 수가 아직까지도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당시 작곡가들 중에서도 아주 예외적인 일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마쇼가 감사의 표시로서 자기 작품의 瀛뼈?교정 편집하여 후원자나 친구들에게 증정하는 습관이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 '아르스 노바' 최고의 음악가 기욤 드 마쇼(오른쪽)에 대한 그림. 오른쪽 두 번째는 '자연의 여신'으로 그녀는 마쇼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감각, 수사학, 음악이라는 세 사람을 소개시켜주고 있습니다.
마쇼의 모테트는 23곡 남아있습니다. 그 중 종교적인 것은 겨우 2개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세속적인 것입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2성 모테트이며 가사는 모두 프랑스어거나 한 성부는 프랑스어, 다른 한 성부는 라틴어로 되어 있습니다. 테노르들은 거의 전부 아이소리드믹으로 되어 있습니다.

마쇼의 론도 가운데 <나의 종말은 나의 시작(Ma fin est ma commencement)>는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이 곡은 세 성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것은 그 가사를 음악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하성부는 곡의 중간까지 나아가면 그때까지의 선율을 거꾸로 불러서 끝냅니다. 중성부는 상성부의 선율을 뒤에서부터 거꾸로 부르게 되어있습니다. 즉 위의 두 성부는 '역행 카논'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역행 카논은 게가 걸어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게의 카논'이라고도 부르죠.

그래도 마쇼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노틀담 미사곡(Messe de No tre Dame)>입니다. 이 곡은 1364년 프랑스 왕 샤를 5세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특정한 예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판명되었습니다.

이 곡은 한 사람의 작곡가가 미사 통상문 전체를 다성악곡으로 작곡한 특이한 경우입니다. 이 곡의 위엄에 가득 찬 당당한 울림을 말로 나타내기는 참으로 어렵군요. 특히 금관악기 등 적절한 악기가 보강된 연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글로리아의 가사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Jesu Christe)> 부분과 크레도의 가사 가운데 <처녀 마리아로부터(ex Maria Virgine)> 부분은 그때까지 몰아대는 듯한 리듬을 갑자기 멈추고 다른 부분에 없는 긴 음표로 천천히 부르는 클라이맥스를 조성하여 강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마쇼는 600년 후 스트라빈스키의 합창과 목판 앙상블을 위한 '미사곡'에도 영향을 주는 등 현재까지도 깊은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신음악운동은 곧 이탈리아에도 번져나갔습니다. 이탈리아의 신음악은 이탈리아의 전통에 따라 즉흥성을 중시한 것이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발라타, 마드리갈, 캇치아와 같은 음악이 꽃을 피웠습니다.

마드리갈(Madrgale)은 목가적 내용을 지닌 시로서, 들과 꽃과 나무 등에 대해 노래했습니다. 마드리갈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둘이나 세 구(句)로 반복되곤 했지요.

발라타(Ballata)는 프랑스의 비를레와 비슷한 형식인데, 원래 이 곡이 춤추기 위한 곡이었으므로 이탈리아어의 '춤추다(ballare)'에서 명칭을 따왔습니다. 발라타는 14세기 말 음악의 중심이었던 피렌체의 작곡가들이 즐겨 쓰는 형식이 되었습니다. 발라타는 처음에는 길거리 음악가들이 만든 단선율이었지만 나중에는 2 내지 3 성부의 다성악곡이 되었습니다.

캇치아는 사냥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름도 이탈리아어의 '쫓다(cacciare)'에서 왔습니다. 캇치아의 가사는 개나 말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선율도 '음에 의한 추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당시의 이탈리아 사회를 살펴봅시다. 복카치오(1313-1375)의 『데카메론』을 보면 당시에 음악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죠. 이 책에는 젊은이들이 노래하고 춤추면 사람들이 그것을 재밌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 음악은 귀족 계급의 화려한 파티에 활기를 더해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실제로 상류층과 중류층 생활의 일부였지요. 이탈리아의 큰 도시들에서 음악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피렌체의 어떤 주교는 음악가들이 교회의 오르간으로 발라타를 연주하고 있다고 불평했다는데 이것을 보면 당시의 세속음악이 얼마나 종교계에 침투해 있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14세기 이탈리아의 대표적 작곡가는 프란체스코 란디니(1325?-1397)로, 그는 장님이었지만 오르간에도 능한 음악인이었다. 그역시 작곡가로서 뿐만 아니라 문학가, 철학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작품의 대부분을 작사하는 것으로도 명성이 높았습니다.

란디니 등의 14세기 작곡가들의 전통은 도니제티, 벨리니, 베르디, 푸치니 등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들에게도 이어집니다. 어느 시대에도 이탈리아 음악은 선율의 아름다움과 표현의 풍부함에 큰 관심을 두고 나머지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사와 음악의 관계를 밀접하게 짜맞추는 방법에 대해 예민한 직관력과 감수성을 발휘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선율의 아름다움과 미성(美聲)의 즐거움, 시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감각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것입니다.

출처..한국문화예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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