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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도움 받아 학교 다녀 7학기 만에 과수석 졸업
5개월 뒤 임용시험 합격 … “내 경험이 교육에 장점 될 것”

“합격했대!”

26일 오전 10시, 컴퓨터에 띄워놓은 메신저 창에서 합격이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촌언니가 중등교사 임용시험 장애인전형 합격자 명단을 보고 메신저로 소식을 알려준 것이다. 컴퓨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전환 프로그램이 깔려 있었다. 김경민(23)씨는 떨리는 손으로 “합격? 정말?”이라고 자판을 두드렸다. 지난해 8월 대학을 졸업하고 첫번째로 치른 시험이었다. 그는 지난 4년을 함께해 온 시각장애 안내견 ‘미담이’의 머리를 쓸며 말했다. “미담아, 이제 내가 선생님이 된대. 너도 같이 가자.”

 남들은 2~3년을 준비해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선생님시험이었다. 27일 서울 홍제동 집에서 경민씨를 만나 비결을 물었다. “운인 것 같다. 나도 어떻게 합격했는지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숙명여대 교육학과를 7학기 만에 수석 졸업한 실력이었다. 평점 4.3 만점에 4.19를 받아 졸업식 때 문과대학 대표로 졸업장을 받았다(본지 2010년 8월 26일자).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학교 도우미 친구들이 일일이 교재를 점자책이나 음성파일로 전환해줬다”며 “그 친구들한테 미안해서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합격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특수학교 교사에 지원한 거지?”라고 물어왔다. 열두 살 때 시력을 잃었던 김씨는 국립서울맹학교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일반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면 사회에 나가서 자꾸 부딪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멀리 있으면 어색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애초에 특수교육과가 아닌 영문과에 들어간 것도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합격 비결을 굳이 꼽자면 미담이라고 했다. 2007년 삼성안내견학교로부터 분양 받은 미담이는 대학생활 내내 그의 눈이 되어 주었다. 미담이 덕에 처음으로 혼자 외출을 해보았다. “강아지가 귀엽다”며 인사를 해오던 사람들과는 친구가 됐다. 경민씨는 미담이 덕분에 선생님이 됐고, 미담이는 경민씨 덕분에 교단에 서는 첫 안내견이 될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제 친구들처럼 미담이를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러면 더 빨리 친해질 수 있겠죠?”라며 기대했다.

 경민씨는 앞으로 부모님, 친구보다 더 편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시력을 잃으면서 힘든 사춘기를 보냈기 때문에 학생들의 고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걱정도 많다. 동료 교사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성적에 민감한 학부모들이 편견을 갖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하지만 경민씨는 자신의 장애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단에 섰고,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글=김효은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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